한 해 농사의 시작, 안전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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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의 시작, 안전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보성소방서장 박상진

보성소방서장 박상진
[정보신문] 따뜻한 봄기운이 지나고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 농촌의 들녘은 가장 바쁜 시간을 맞이한다. 모내기와 밭작업, 과수 관리, 농기계 운행이 집중되는 이 시기는 한 해 농사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동시에 각종 안전사고와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대부분 일상적인 작업 과정에서 시작된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경운기와 트랙터, 예초기, 관리기 등 농기계가 순간의 부주의로 전복되거나, 회전 부위에 옷자락이 말려 들어가거나, 좁은 농로와 경사지에서 중심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농기계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운전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한 번 발생하면 중상이나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농번기 안전은 농기계 사고 예방에만 그치지 않는다.

농촌의 바쁜 일상 속에는 화재 위험도 함께 숨어 있다. 농막과 창고, 비닐하우스 등에서는 전기시설을 임시로 사용하거나 오래된 콘센트와 전선, 멀티탭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농자재, 비료, 비닐, 종이상자, 유류 등 가연물이 함께 보관되면 작은 전기적 이상도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논밭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쓰레기 소각이나 영농부산물 소각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바람이 강한 날 작은 불씨가 마른 풀이나 주변 산림으로 옮겨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화재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작업 일정에 쫓겨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불을 피우는 경우가 있는데, 화재는 바로 그 짧은 방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농촌지역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확인이 중요하다. 농막과 창고의 전선 피복이 벗겨지지는 않았는지, 콘센트에 먼지가 쌓여 있지는 않은지, 하나의 멀티탭에 여러 전기제품을 과도하게 연결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구는 플러그를 뽑고, 농약·비료·유류 등은 화기와 떨어진 곳에 구분해 보관해야 한다.

농기계 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수칙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작업 전에는 농기계의 브레이크, 조향장치, 등화장치, 회전부 덮개 등을 점검하고, 작업 중에는 헐렁한 옷이나 장갑, 수건 등이 회전 부위에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점검이나 이물질 제거는 반드시 시동을 끈 뒤 실시해야 하며, 경사지나 좁은 농로에서는 저속으로 운행해야 한다.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 도로를 이동할 경우에는 반사판과 경광등을 부착해 다른 차량이 농기계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주 후 농기계 운행은 자동차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인적이 드문 논밭이나 산간지역에서 혼자 무리하게 작업하지 말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작업 장소와 귀가 시간을 미리 알려두는 것도 필요하다.

보성과 같은 농촌지역은 고령 농업인의 비율이 높다. 오랜 경험과 숙련이 있다 하더라도 체력 저하, 시야 확보의 어려움, 반응속도 저하는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바쁜 농번기일수록 작업 속도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마을 단위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함께 살피는 관심도 농촌지역 안전망의 중요한 부분이다.

보성소방서는 농번기 동안 농기계 사고와 화재 등 각종 생활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예방 홍보와 안전교육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소방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험을 먼저 살피고, 작업 전 한 번 더 확인하며, 무리한 작업과 부주의한 화기 취급을 피하는 실천이 함께할 때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농번기는 한 해의 결실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안전을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방심이 한 해 농사를 흔들고, 소중한 생명과 재산까지 위협할 수 있다. 오늘의 안전한 실천이 내일의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