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만다린 시대, 서귀포 감귤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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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무관세 만다린 시대, 서귀포 감귤이 가는 길.

서귀포시 감귤유통과 식품산업팀장 조지영

서귀포시 감귤유통과 식품산업팀장 조지영
[정보신문] 겨울이 깊어질수록 서귀포 비탈진 밭의 주황빛 열매는 하나 둘 불을 켠 듯 익어간다. 도시의 불빛과는 다른, 조용하지만 단단한 빛. 그 빛에는 숫자로 적힌 톤(t)과 퍼센트(%) 뒤 이름 모를 농가의 얼굴과 굳은 손, 겨우 내 선과장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의 시간이 어려있다.

올해 겨울, 우리는 낯선 단어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무관세, 수입 만다린, 가격.. 종이에 적힌 그 몇 글자들이 농가의 마음에 묵직한 돌처럼 내려앉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라봉 한 조각을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 레드향의 단단한 식감과 깊은 과즙, 천혜향의 맑은 산미는 먼 바다를 건너온 과일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품종의 차이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 땅을 지켜온 농가의 손, 계절을 견디며 쌓아온 경험이 만들어 낸 결과다.

우리가 먼저 믿어야 할 것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릴수록, 마음 한 켠에는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럴 때일수록 조급함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서귀포 감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함께 정한 약속”을 지키려 애써왔기 때문이다. 출하 시기를 맞추고, 품질 기준을 지키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 기둥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상처를 입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눈앞의 어려움 앞에 서로가 약속했던 선을 조금씩 넘기 시작하면, 당장은 버틴 것 같아도 어느 순간 전체의 신뢰가 금이 가버린다.

한번 간 금을 이어붙이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불안함이 우리를 흩어놓는 방향이 아닌,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보고 호흡을 맞추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올 겨울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귀포만의 감귤과 만감류는 이미 수 많은 바람과 파도, 기후의 변화를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조금 더 단단히 여미는 일,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맛과 품질을 지켜내는 일이다.

멀지 않은 어느 날, “그해 겨울은 어려웠지만 함께 잘 건너왔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때도 지금처럼 서귀포 겨울 밭에는 주황빛 열매가 가득 달려 있고, 그 열매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