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현수막 없는 거리를 향한 시민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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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불법현수막 없는 거리를 향한 시민의 역할

제주시 아라동 표세진 주무관

제주시 아라동 표세진 주무관
[정보신문]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즉시 입주’, ‘특가 분양’ 같은 문구가 반복되고, 학원·대출 광고까지 더해져 도심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와 빌라 미분양이 늘면서, 현수막은 다시 가장 손쉬운 홍보 수단으로 선택되고 있다. 문제는 이 현수막들이 대부분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광고물이라는 점이다.

불법현수막은 단순히 보기 불편한 수준을 넘는다. 전신주와 가로수, 신호등과 안전펜스에 걸린 현수막은 도시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로막아 사고 위험을 키운다. 한 번 붙기 시작하면 주변으로 연쇄적으로 늘어나며, 어느새 거리 전체가 광고판처럼 변해 버린다. 도시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는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현수막을 제작해 내거는 사람이 있는 동시에, 그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거나 방문하는 소비자도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광고주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노출 효과를 기대하고, 소비자는 빠르고 쉬운 정보라는 이유로 현수막을 선택한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구조에서는 현수막이 사라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해법의 방향도 분명하다. 불법현수막을 ‘편리한 정보’가 아니라 ‘도시를 해치는 불법 행위’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문구에 이끌리기보다 공식 홈페이지, 공신력 있는 플랫폼, 정식 안내 채널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시민이 불법광고를 소비하지 않으면, 광고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는다.

특히 부동산 거래나 학원 선택처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일수록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현수막을 통해 접한 정보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합법적이고 투명한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시민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도시의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행정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거리 풍경을 결정하는 힘은 결국 시민의 선택에 있다. 불법현수막에 시선을 주지 않고, 이용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합의가 쌓일 때 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깨끗한 거리는 특별한 정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민 한 사람의 판단과 행동이 모여 만들어지는 결과다. 오늘 우리가 어떤 광고를 외면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도시 풍경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