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친환경농정과 주무관 김현준 |
가뭄 시기에 농업용수관리팀 실무수습 직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농업용수가 나오지 않는다”, “관로를 새로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듣고 정리해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이 문제가 단순히 관로를 하나 더 설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산, 지형, 관로 길이에 따른 수압 변화까지, 하나의 물길 뒤에는 원활한 분배를 위한 수많은 고민과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관심은 한정된 물을 어디에 얼마나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분배로 옮겨갔다. 단순한 기술적 계산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조정하는 일이라는 책임감도 함께 느꼈다.
관로를 터파하던 현장을 처음 본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멀쩡해 보이는 길을 파헤치며 어디에서 물이 막혔는지, 지형과 관로 높낮이가 수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살폈다. 물 한 줄기를 분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시간, 비용이 들어가는지 몸으로 실감했다.
공무원 면접 마지막 1분,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아 농민들이 농업용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농민들께 가뭄의 단비와 같은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천운처럼 서귀포시청 농업용수관리팀에 배치되었고, 그 한마디는 지금까지 내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은 많지만, 면접장에서의 다짐을 잊지 않으려 한다.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
언젠가 농민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정말, 가뭄의 단비 같은 서귀포 농업용수 행정이었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