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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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혼자가 아닌 삶을 위하여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고서경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고서경
[정보신문] 현관문을 열자 작은 방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오늘은 누구라도 오려나 했지. 와줘서 고맙다.”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울렸다. 나는 그날, 단순한 복지 업무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에 의미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고독사는 단순히 홀로 숨을 거두는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단절과 외로움 속에 놓여 있던 삶의 결과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되묻게 된다. 사회의 관심이 조금만 더 일찍 닿았더라면, 행정의 손길이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이 있다.

행정의 역할은 바로 그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이다. 정기적인 안부 확인, 생활 실태조사, 응급상황 대응체계 마련 같은 기본적인 대응을 넘어, 이제는 주민 참여형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독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건 복잡한 복지제도가 아니라, 작은 관심과 꾸준한 말벗이었다. 생일에 한 통의 전화, 며칠째 불 꺼진 집을 걱정하는 이웃의 신고, 말없이 놓고 가는 도시락 하나. 그것이 어르신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우리는 종종 ‘고독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만 집중하지만, 그 단어 뒤에는 사람이 있다. 이제는 숫자가 아닌 얼굴을 바라보고, 서류가 아닌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고독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혼자가 아닌 삶,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존엄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