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가득한 정, 마음을 잇는 경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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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한 상 가득한 정, 마음을 잇는 경로식당“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김현지 사회복지사

[정보신문] “나이 들엉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날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축하해주니 지꺼지다.”

한 달에 한 번, 300명 어르신의 점심식사를 책임지는 경로식당에서는 작은 잔치가 열린다. 생신잔치에 참석한 한 어르신의 말씀처럼, 나이가 들수록 생일이 점점 특별한 의미를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생일은 조용히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일 뿐이었다. 이에 경로식당에서는 매월 생신을 맞이한 어르신들을 위해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함께 축하 노래를 부르고 미리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하며 어르신들이 '기억되고 있다'는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시던 분들도 점점 익숙해지며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현재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은 서귀포시 내 결식 우려가 있는 60세 이상 어르신 300명을 대상으로 주 3회, 연간 약 40,000명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식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신잔치와 일상생활교육, 건강체조, 안부 확인 등 정서적인 지지 활동도 함께 이루어진다. 혼디모영봉사단을 비롯한 지역 내 100여 개 자원봉사 단체가 참여하며, 연간 1,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손길을 보태고 있다.

나는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주민들과 웃고 울며 지낸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다. 2024년부터는 경로식당을 맡게 되었다.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 조리 과정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했다. 조리사 선생님과 메뉴를 의논하면서, 만약 내가 조리에 대해 좀 더 잘 알았다면 한정된 예산과 조리 환경 속에서도 더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고민도 많았다.

때로는 재료의 분량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헤매기도 했고, 시장 조사를 위해 수시로 시장과 마트를 들락거렸다.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면서도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지만, 하나씩 배워 가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생신잔치만큼은 더욱 정성을 들여 준비하려 한다. 특별한 날인 만큼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음식을 마련하고, 후식으로 과일과 떡을 준비해 작은 기쁨을 더하고자 한다.

경로식당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는 혼자보다는 함께 나누는 식사가 더욱 즐겁고, 건강에도 이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매월 열리는 생신잔치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고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경로식당이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히 채우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정성껏 식재료를 고른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