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이 살아야 우리가 산(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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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산(山)이 살아야 우리가 산(生)다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림병해충팀장 윤진호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림병해충팀장 윤진호
[정보신문] 멀리서 보는 제주의 산림은 평온하고 푸르러 보인다. 하지만 그 산림 안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또는 인위적인 산림훼손에 의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다양한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보지말고 숲 전체를 보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여유로웠던 격언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제주바다의 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성 어류의 증가가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제주산림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대 한라산 구상나무 집단고사, 2023년 발생한 용연계곡 외래종 팽나무 노랑알락하늘소 발생, 2024년 문화재보호구역 산방산 페일나무좀으로 인한 구실잣밤나무 집단고사, 솔나방 및 솔껍질깍지벌레 대발생 등 기후변화에 의한 산림 생육상태 교란으로 우리의 소중한 수목이 집단고사하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외래돌발병해충이 출현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4월에 경남·경북에 발생한 대형산불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적지 않은 듯하다. 가뭄과 전례 없는 돌풍으로 전문가들의 예상 범위를 벗어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산불 확산이 막대한 재산과 인명을 앗아 갔고, 산림피해 역시 광범위하였다. 바람이 강하고 소나무, 삼나무 등 침엽수 단순림이 많은 제주 역시 대형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러한 산림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서는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고, 공공재로서 산림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수많은 예산을 들여 산림공무원들이 힘을 쏟고 있지만 우리 손으로 초래한 기후변화에 의한 인위적이지만 자연적인 산림재난을 근본적으로 결자해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산림의 기능을 잘 살려 숲을 잘 가꾸어 나가고, 무분별한 산림 개발, 불법 입목벌채, 불법 형질변경 등 끊임없이 일어나는 산림훼손을 근절할 수 있도록 우리 시민의 관심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수백개의 오름 등 천혜의 산림자원을 가진 우리 제주도가 미래세대에 물려 줄 중요 자원 중 하나는 산림이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으며 어떠한 자산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림자산을 잘 가꾸고 이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보인다. 여러 주요 연구 지표들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제주 산림 역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에 의한 산림재난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길 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산(山)이 살아야 우리가 산(生)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