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의 신호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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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지금,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의 신호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요?”

제주시 보건행정과 김미연

제주시 보건행정과 김미연
[정보신문]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초기의 변화를 인식하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이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반응할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감수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에서는 초기 신호를 ‘그럴 수도 있는 변화’로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가볍게 넘기기에는 제주 지역의 자살 사망률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4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36.3명으로 전국 평균 29.1명을 웃돌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또한 대규모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약 50%가 14세 이전에, 75%는 24세 이전에 시작된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를 놓치게 될까. 대부분의 정신건강 문제는 극적인 형태가 아니라 성적 저하, 말수 감소, 대인관계 변화처럼 일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문제의 신호가 아니라, 단순한 스트레스나 일시적인 변화로 여기기 쉽다.

여기에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낙인은 조기 발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환경에서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제는 정신건강을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치료 중심의 접근을 넘어, 예방과 조기 발견을 포함한 지역사회 중심의 대응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조기 발견과 개입이 가능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모두가 치료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무도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으로 이어주는 ‘첫 관문’이 될 수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주 작은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그 신호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