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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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2편)‘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를 아십니까?

제주시 추자면사무소 김동국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를 아십니까? (수덕도.제주도)
[제주도민신문] 조카가 추자도에 있다고 하니 이모와 외숙모들 다섯 분이 몇 개월에 걸친 계획 끝에 추자도로 여행을 오시겠단다. 조카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전망 좋은 숙소와 자연산 회를 파는 식당 예약도 모두 마친 뒤였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남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것에 열광한다. 조바심 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추자도가 그렇다. 계획하기도 어려운데 계획해 본들 계획대로 올 수도 없다. 이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가 매력을 가지게 된 비결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러니와 관계없이 추자도는 정말 보석 같은 매력이 있을까? 내 대답은 단연코 그렇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절경들, 42개 섬 들이 바다에 점점이 수놓은 장관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랑하고 싶은 곳이 정말 많지만, 일부만 소개하려고 한다.

추자도는 사람 사는 섬 4개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상추자도와 하추자도가 가장 크고 사람도 많이 산다. 상추자도의 절경 중 가장 으뜸을 따지자면 단연코 나바론 절벽을 꼽을 수 있다. 나바론 절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는데 1961년 발표된 영화 ‘나바론 요새’에 등장하는 에게해 케로스 섬의 나바론 절벽 해안과 비슷하다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를 아십니까? (나바론 절벽)

나바론 절벽을 가기 위해서 후포 해안 길을 걷다 보면 나바론 하늘길 이정표와 마주치게 되는데 진짜 나바론 절벽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절대 안 된다.

하늘길의 궁금함은 일단 뒤로 하고 그 옛날 용이 살았다는 용둠벙을 향해 걷다 보면 산 위쪽에 자리한 정자 하나가 보인다. 이곳에 올라야만 비로소 웅장한 나바론 절벽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다. 정자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바론의 절경에 매료되다 보면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신선이 되어 나바론 하늘길을 따라 걸으며 추자도의 아름다움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식당에서 자연산 회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면 이제 하추자도를 여행할 차례다. 하추자도에도 나바론 절벽과 쌍벽을 이루는 절경이 있다. 최근 해안 절벽을 따라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정상에 정자를 설치하여 절벽의 아찔함과 제주도 전경을 포함한 최고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대왕산 황금길이 바로 그곳이다. 광활한 푸른 바다에 눈부시게 부서지는 황금빛 햇살을 마주하며 황금길을 걷다 보면 세상 풍파에 찌든 마음이 모두 맑아지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나만이 숨겨두었던 장소 하나를 공개하려고 한다. 내가 추자도에 딸린 섬 중 가장 좋아하는 섬은 수덕도이다. 섬의 형상이 앉아 있는 사자와 같다 하여 사자섬이라고도 불린다. 석두청산 쉼터에 있는 정자에 가면 이 섬의 완벽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신이 손수 조각해 놓은 것 같은 형상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누구는 사자가 아닌 물개와 닮았다 하니 누구 말이 더 맞는지 내기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 장소는 올레 18-1코스만 걷다 보면 만날 수 없다.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는 곳이니 밑줄 쫙 쳐놓으시길 바란다. 이곳은 올레 18-2코스가 만들어지기 전 지인들에게만 몰래 소개하던 곳인데 수덕도의 절경 감상은 물론 맑은 날이면 수덕도 뒤로 금방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제주도도 감상할 수 있으니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추자도의 절경 일부를 소개했을 뿐인데 벌써 하루가 지나간다. 사실 당일치기 추자도 여행은 너무 아깝다. 바람이 허락해야 만날 수 있는 섬인데 어렵게 와서 추자도의 매력을 10분의 1도 못 보고 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앞으로 오시는 분들은 여유롭고 찬찬히 추자도의 진면목을 만나고 가시길 권해드리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이제 추자도의 맛을 느끼러 가볼까 한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