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년 “시간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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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년 “시간은 멈췄다”

남재옥 정보신문 대표

남재옥 정보신문 대표
[정보신문] 참사가 일어난 날 이후, 많은 이들에게 시간은 더 이상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았다.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그날로 179명의 삶은 멈췄고, 남겨진 이들의 시간도 함께 멈춰 섰다. 1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아직 과거형이 아니다.

사고 이후 반복되어 온 질문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그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참사는 결코 ‘우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항공 안전, 공항 운영, 위기 대응, 관리 감독이 모든 요소는 사람의 판단과 제도의 결과다. 그럼에도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하다. 시간은 흘렀지만, 진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사과보다 먼저 사실을 밝히는 것, 위로보다 먼저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진상규명 없는 추모는 공허하고, 책임 없는 재발 방지는 존재할 수 없다.

사고의 책임은 구조적으로 분산되어 왔다. 누구도 단독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조사 중”이라는 말 뒤에 숨었다. 그 사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른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유가족에게 1년은 치유의 시간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날에서 단 하루도 멀어지지 못한 시간이었다. 일상은 다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사고 당일에 머물러 있다.

참사 이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반복되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살아남은 자들의 역할은 분명하다. 기억해야 하고, 묻고, 바꿔야 한다. 안전보다 효율이 앞서지 않도록, 경고가 묵살되지 않도록, 책임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회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참사를 기록하고 질문하는 일은 비극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키는 행위다.

179명이라는 숫자는 통계가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삶은 우연한 사고로 끝났지만, 그 죽음의 의미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억은 애도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참사 1년. 시간은 흘렀지만, 멈춰 선 것이 있다. 진실, 책임, 그리고 안전에 대한 약속이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서지 않는 한, 사회의 시간은 다시 움직일 수 없다. 179명의 희생자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분명하다. 철저한 진상규명, 분명한 책임, 그리고 반복되지 않는 내일. 그것이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