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렴 기준점은 어디인가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임용철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2024년 11월 03일(일) 12:21
서귀포시 표선면 주무관 임용철
[정보신문] 등산이 한참 유행이던 때 제주에서는 해발고도 0m를 시작으로 한라산 1950m까지 오르는 ‘제로 포인트 트레일’이 유행이었다.

‘해발고도 0m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은 육지에 0m인 기준점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앞바다를 기준으로 수년간 간조선과 만조 선의 평균을 내어 해발 0m를 구한다고 한다. 제주도의 경우 제로 포인트 트레일 시작점으로 제주시 용진교가 유명하다.

공직생활을 한지 이제 겨우 1년 됐지만 민원인분들의 사정을 듣다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운이 좋게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때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와 반대로 규정상 해줄 수 없는 요청을 받았을 땐 안된다고 안내하면서도 ‘어차피 확인할 수도 없는 절차인데 나만 눈 감으면 모두가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음을 다잡게 되는 화두가 ‘지금 내 마음의 기준점은 어디인가’이다. 해발 0m의 기준이 제멋대로라면 어느 산은 본디 가진 높이보다 높아질 것이고 어느 산은 본디 가진 높이보다 낮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규정을 적용한다면 누군가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도,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당연히 해수면일 것이라 생각했던 ‘해발 0m’는 우리가 편히 다니던 다리 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0m보다도 낮은 지대에 있었던 적도 많았을 것이다. ‘청렴’의 반대가 ‘부패’라고 해서 거창한 잘못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조금의 편의, 약간의 자의적 해석 등 일상에서 사소하게 마주치는 결정에서 한발씩 물러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청렴 0m’보다 낮은 지대인 부패한 위치에 가 있을 수도 있다. 내 위치가 어디인지, 내 기준점이 지금 잘못되진 않았는지 공직생활하는 내내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보신문 jbnews24@naver.com
이 기사는 정보신문 홈페이지(www.jungbonews.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jungbonews.co.kr/article.php?aid=2876964985
프린트 시간 : 2026년 02월 11일 03:31:04